어휘 폭발기는 생후 열여덟 개월에서 스물네 개월 사이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 시기의 아이들은 짧은 시간 안에 어휘력을 급격히 확장한다. 단순히 단어 수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단어를 범주화하고 문맥 속에서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이 향상되며 문장을 구성하는 문법적 감각도 발달한다.
또한 한두 번의 노출만으로 새로운 단어를 익히는 빠른 사전 학습 능력이 생기며 주변 사람들의 언어를 적극적으로 모방하면서 학습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변화는 이후의 언어 발달에 중요한 기반이 되므로 어휘 폭발기의 특징을 이해하고 적절한 언어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다음으로 어휘 폭발기의 주요 특징을 자세히 살펴보겠다.
급격한 어휘 증가
어휘 폭발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단어 습득 속도의 극적인 증가이다. 초기에는 하루 한두 개의 새로운 단어를 배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어휘 폭발기가 시작되면 하루 열 개 이상의 단어를 익힐 수도 있다. 이러한 급격한 어휘 증가는 단순한 기억력 향상이 아니라 언어 습득 능력의 질적 변화에 기인한다.
단순히 단어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이미 습득한 어휘를 활용하여 새로운 단어를 추론하고 연관 지으며 학습하는 능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아이가 강아지라는 단어를 배운 후 비슷한 형태나 특징을 가진 고양이나 토끼와 같은 단어를 보다 쉽게 배울 수 있게 되는 것이 이러한 과정의 예이다.
단어를 범주화하는 능력의 향상
어휘 폭발기의 아이들은 단어를 개별적으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공통된 특징을 가진 단어들을 묶어 이해하는 범주화 능력이 발달한다.
아이가 자동차라는 단어를 배우면 이후에 트럭, 버스, 오토바이 등 유사한 개념을 보다 쉽게 익히게 된다. 이러한 범주화 과정은 단어 학습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이며 아이가 새로운 단어를 기억하는 데 드는 인지적 부담을 줄여준다.
범주화 능력은 어휘 폭발기가 지나면서 점점 더 정교해지는데, 처음에는 단순한 감각적인 분류에서 시작하여 점차 개념적인 분류로 확장된다.
문법적 감각의 발달
어휘 폭발기에는 단어의 개수가 증가할 뿐만 아니라 단어를 결합하여 문장을 구성하는 문법적 감각도 함께 발달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이전까지 단어를 단독으로 사용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점차 두세 개의 단어를 조합하여 간단한 문장을 만들어 나간다.
아이는 처음에는 엄마라고 단어 하나만 말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엄마 물처럼 두 개의 단어를 연결하여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이후에는 엄마 물 줘처럼 더 복잡한 구조로 문장을 확장하며 점점 더 유창한 표현을 구사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아이들은 다양한 문법적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아이들은 주어와 동사를 결합하여 아빠 가라고 표현하던 것을 아빠 간다라는 올바른 문장 구조로 변화시킨다. 또한 형용사의 사용이 증가하여 사과라고만 하던 표현이 빨간 사과처럼 구체적으로 변한다. 부정문을 형성하는 능력도 발달하여 단순히 싫어라고 말하던 아이가 물 안 마셔처럼 좀 더 복잡한 부정 표현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질문을 만드는 능력도 함께 발달하여 처음에는 단순히 강아지라고 물어보던 아이가 강아지 어디 있어처럼 보다 명확한 질문을 구성할 수 있게 된다.
주변 언어를 모방하는 학습 방식
어휘 폭발기 동안 아이들은 주변 사람들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말의 형태와 억양을 그대로 따라 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단순한 단어뿐만 아니라 문장의 구조, 억양, 심지어 감정 표현까지 모방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부모가 오늘 날씨가 정말 좋네라고 말하면 아이는 비슷한 표현을 사용하여 날씨 좋아라고 말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부모나 보호자가 자주 사용하는 표현은 아이의 어휘 습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아이가 다양한 단어를 접할 수 있도록 부모가 의식적으로 풍부한 언어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주도적 언어 탐색 증가
어휘 폭발기가 시작되면 아이들은 단순히 듣고 따라 하는 것을 넘어 자신이 알고 있는 단어를 조합하여 새로운 표현을 만들려는 시도를 한다.
강아지 밥이라는 표현을 배운 아이가 엄마 밥이라는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내거나 신발 신어라고 배웠던 것을 응용하여 모자 써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러한 자기 주도적 탐색 과정은 언어 발달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아이가 창의적으로 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실수와 시행착오를 통한 학습
어휘 폭발기 동안 아이들은 종종 단어를 잘못 사용하거나 문법적으로 어색한 표현을 할 수 있다.
나는 물 마셔 대신 나는 물 마시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이러한 실수는 언어 발달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아이가 점점 올바른 문법을 익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호자는 아이가 틀린 표현을 사용하더라도 지나치게 지적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올바른 표현을 반복적으로 들려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이가 엄마 물 먹어라고 하면 부모는 그래 물 마시고 싶구나라고 올바른 문장을 반복해 주는 방식이 좋다.
마무리
어휘 폭발기는 단순히 단어 수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언어 발달이 질적으로 변화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단어를 단순히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범주화, 문법적 감각, 빠른 사전 학습, 자기 주도적 탐색 등의 능력을 활용하여 효과적으로 언어를 습득한다.
따라서 부모나 보호자가 풍부한 언어 환경을 제공하고 아이가 다양한 방식으로 언어를 접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어휘 폭발기의 효과는 더욱 극대화될 것이다.
'언어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령기 아동의 읽기·쓰기 발달 과정과 난독증(Dyslexia)의 원인 (0) | 2025.02.25 |
---|---|
노화로 인한 언어기능 쇠퇴 방지를 위한 실생활 언어 훈련 프로그램 (0) | 2025.02.25 |
노인과 언어발달 (1) | 2025.02.25 |
언어 발달 지체와 전반적 발달 지연(지적 장애와의 차이점) (0) | 2025.02.24 |
다문화 가정 아동의 언어 발달 문제와 해결 방안 (0) | 2025.02.22 |
언어 처리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지적 오류 (0) | 2025.02.21 |
부모의 상호작용 스타일과 언어 발달 (1) | 2025.02.20 |
유아기의 이중언어와 언어 발달의 차이 (0) | 2025.02.19 |